우주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팽창하고 있다.
이는 에드윈 허블이 1929년에 밝힌 이후 과학계의 정설이 되어 왔다.
그런데 최근 수십 년간의 정밀한 관측 결과, 이 팽창 속도에 이상한 점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우주의 팽창 속도, 즉 허블 상수(Hubble constant)의 측정값이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 현상,
이를 우리는 ‘허블 텐션(Hubble Tension)’이라 부른다.
이 글에서는 허블 텐션이라는 미스터리가 왜 과학계에서 그렇게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이면에 숨은 우주의 비밀이 무엇인지 네 가지 측면에서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우주는 어떻게 팽창하고 있을까?
우주는 빅뱅 이후 지금까지 계속해서 팽창 중이다.
이 팽창은 정지 상태의 폭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공간 자체가 늘어나는 것이다.
이 팽창 속도를 나타내는 지표가 바로 허블 상수(H₀)이다.
허블 상수는 '1메가파섹(Mpc) 떨어진 은하가 얼마나 빠르게 멀어지는가'를 나타내며,
단위는 보통 km/s/Mpc로 표기된다.
기존에는 이 수치를 측정하는 방법이 크게 두 가지였다:
고전적인 측정법: 가까운 별과 초신성 등을 기준으로 거리와 속도를 계산
우주 초기에 대한 측정: 플랑크 위성이 측정한 우주배경복사(CMB)를 바탕으로 한 이론적 추정
문제는 이 두 방식의 결과가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허블 텐션이란 무엇인가?
허블 텐션(Hubble Tension)이란,
같은 우주의 팽창 속도를 다르게 측정한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플랑크 위성 측정 (CMB 기반): 약 67.4 km/s/Mpc
초신성 및 거리사다리 기반 측정 (리사 웨일리 등): 약 73~74 km/s/Mpc
이 차이는 단순한 오차범위를 넘는 수준이며,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긴장(tension)을 보인다.
2020년대 들어 이 차이가 더 뚜렷해지면서, 많은 과학자들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혹시 우리가 모르는 새로운 물리 법칙이 있는 건 아닐까?”
이게 단순한 실험 오차라면, 결과는 수렴해야 한다.
하지만 오히려 두 값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이게 왜 중요한가? – 표준 우주론의 도전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의 역사는 대부분 ΛCDM 모델이라는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 모델은 우주의 구성 요소(암흑에너지, 암흑물질, 일반물질 등)와 팽창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표준 우주론'이다.
그런데 허블 텐션 현상이 계속 유지된다면, ΛCDM 모델이 틀렸거나 불완전할 수도 있다는 뜻이 된다.
이는 우주론 전체를 뒤흔드는 거대한 충격이다.
과학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설을 내놓고 있다:
- 암흑에너지의 변화: 시간이 지나면서 성질이 달라졌을 가능성
- 암흑물질과의 새로운 상호작용: 우리가 모르는 힘이나 입자 존재
- 우주의 초기 불균일성: 우주 초기에 이미 다른 조건이 있었을지도
- 다중우주 가설까지 언급되기도 한다
즉, 허블 텐션은 단순한 수치 차이가 아니라,
우주의 진짜 모습에 대한 과학계의 근본적인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 우리가 모르는 우주의 법칙
현재도 세계 여러 기관에서는 허블 상수의 정밀 측정을 위해 새로운 관측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 먼 거리의 은하와 초신성 관측으로 새로운 데이터 확보
GAIA 망원경: 우리 은하 내 별들의 정밀 위치 측정으로 거리 사다리 개선
CMB-S4 프로젝트: 우주배경복사 관측을 더욱 정밀하게
또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기존의 관측 데이터를 새롭게 분석하는 연구도 활발하다.
AI는 기존에 간과되던 미세한 패턴이나 변수들을 찾아낼 수 있어,
허블 텐션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 결정적인 열쇠가 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여전히 두 가지 가능성을 두고 씨름 중이다:
우리가 뭔가 중요한 관측을 놓치고 있다
아니면, 우리가 아는 우주 모델이 틀렸다
만약 후자라면, 우리는 새로운 물리학의 문을 열게 될지도 모른다.
그 문 너머에는 시간, 공간, 중력, 입자를 새롭게 정의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있을 수 있다.
우주는 아직 우리에게 말을 다 하지 않았다
허블 텐션은 단순한 숫자의 차이가 아니다.
이것은 우주가 우리에게 보내는 신호일 수 있다.
지금껏 우리가 당연하게 믿어왔던 이론들,
그 속에서 설명되지 않는 틈 하나가 열리자,
그 틈은 점점 커지고, 마침내 우주의 진짜 얼굴을 보여주려 하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 과학의 진보는 미세한 ‘차이’로부터 시작되었다.
허블 텐션이라는 미스터리가 또 다른 빅뱅급 발견의 시작점이 되길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