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살아있는 세포로 만든 ‘로봇’ – 생체 로봇 탄생

준스입니다 2025. 4. 22. 02:05

"살아있는 로봇"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딘가 공상과학 영화 속 장면 같지 않은가?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실제 연구실에서 살아있는 세포로 만들어진 로봇,
일명 ‘제노봇(Xenobot)’이 탄생해 움직이고 있다.
게다가 이 작은 생명체는 스스로 상처를 회복하고, 심지어 자기 복제까지 한다.

이 놀라운 제노봇은 생명체와 기계의 경계를 허무는 존재로 주목받고 있으며,
생명공학·로봇공학·인공지능 분야 모두에서 혁신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제노봇은 무엇이며,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미래를 우리에게 예고하는 걸까?
항상 사나이의 가슴을 울리는 로봇이야기를 우리 함께 파훼쳐 보자.

살아있는 세포로 만든 ‘로봇’ – 생체 로봇 탄생
살아있는 세포로 만든 ‘로봇’ – 생체 로봇 탄생

제노봇이란 무엇인가? – 살아있는 세포로 만든 로봇

 

제노봇(Xenobot)은 2020년 미국 버몬트대학교와 터프츠대학교, 그리고 하버드대학 Wyss Institute의 공동 연구를 통해 개발된
세계 최초의 생체 로봇(Biological Robot)이다.

'제노(Xeno)'는 아프리카발톱개구리(Xenopus laevis)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과학자들은 이 개구리의 줄기세포를 추출해
인공지능이 설계한 구조에 맞춰 손톱 크기의 생체 구조물을 만든 것이다.

제노봇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살아 있는 세포(피부세포와 심장근육세포)로 구성

자체적으로 움직임 가능 (심장세포의 수축을 동력으로 사용)

손상된 부위 자가 치유 가능

일부 환경에서 자가 복제 기능까지 확인됨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이 생체 로봇이 프로그래밍된 것이 아니라, AI 시뮬레이션을 통해 '디자인'되었다는 점이다.
수천 개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가장 효과적으로 움직이고 동작할 수 있는 구조’를 찾은 후,
그 설계대로 살아 있는 세포를 배열해 현실에 구현한 것이다.

이처럼 생물의 세포와 컴퓨터 알고리즘이 만난 결과물이 바로 제노봇이다.

 

자가 치유와 자가 복제 – 제노봇의 놀라운 능력


제노봇이 단순히 "움직일 수 있는 생체 구조물"이었다면,
지금처럼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제노봇은 단순한 이동을 넘어서
상처를 스스로 회복하고, 자기 복제까지 수행하는 능력을 보여주며
완전히 새로운 존재로 부상했다.

▶ 자가 치유(Self-healing)
제노봇이 실험 중에 일부가 절단되거나 손상되었을 때,
남은 세포들이 서로 다시 재배열되고 결합하면서 본래 형태를 회복하는 현상이 관찰되었다.
이는 살아 있는 세포의 자연스러운 생물학적 반응이지만,
‘로봇’이라는 개념으로 보았을 때는 놀라운 일이다.
기계가 스스로 수리하는 수준을 넘어,
세포 단위에서 스스로를 복구하는 능력을 가진 것이다.

▶ 자가 복제(Self-replication)
2021년 연구진은 한 단계 더 나아간 결과를 발표했다.
제노봇이 주변 세포 조각들을 모아 새로운 제노봇을 만들어내는 장면을 실험에서 확인한 것이다.
이 과정은 일반적인 생식이나 세포 분열이 아닌,
‘킨에틱 셀 어셈블리(Kinematic Self-replication)’라고 불리는 전혀 새로운 방식의 자기 복제다.

즉, 제노봇이 “나는 이걸 모아서 나와 비슷한 걸 만들겠다”고 판단한 후,
주변의 세포를 ‘조립’해 또 다른 제노봇을 만든 것이다.
이건 기존 생명체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매우 특이한 방식이며,
기계적 제어 없이도 생명체가 스스로 설계대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생명과 기계의 경계가 흐려진다 – 제노봇이 여는 미래


제노봇은 단순한 과학 실험의 결과물이 아니다.
생명과 인공물, 자연과 기술 사이의 새로운 경계를 제시하는 존재다.
그 미래는 가능성과 우려, 모두를 함께 안고 있다.

▶기대되는 활용 분야
* 의료
제노봇은 마이크로 수준의 치료 로봇으로 활용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혈관 속을 이동하며 플라크를 제거하거나, 약물을 정밀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 환경 정화
제노봇은 자연적으로 분해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해양 마이크로플라스틱 수거, 유독성 폐기물 탐지 및 제거와 같은 분야에서도 활용 가능하다.

* 맞춤형 생명체 제작
향후 유전자 편집 기술과 결합되면,
특정 목적에 맞는 생체 구조물을 ‘디자인’하고 직접 제작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 생명윤리와 경계의 문제:
하지만 이런 놀라운 기술은 동시에 많은 물음을 던진다.

제노봇은 생명체인가, 기계인가?

인간이 생명을 ‘설계’하고 ‘제작’하는 것이 허용될 수 있는가?

자가 복제 기능이 제어되지 않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생태학적 위험은?

이러한 질문은 단지 과학자들만의 고민이 아니다.
우리가 어떤 미래를 설계하고 싶은지,
어디까지를 ‘생명’으로 인정할 것인지,
그리고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한 깊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 그리고 우리의 선택
제노봇은 그 자체로 하나의 혁명이다.
우리는 지금, 생명과 기술이 완전히 새롭게 결합하는 시대의 문 앞에 서 있다.

이제 생명은 ‘자연이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
인간이 설계하고 조립할 수 있는 대상이 되었다.

이 경이로운 가능성은 인류에게 엄청난 혜택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자 과제다.

생명을 이해하고, 다루고, 설계하는 기술이 시작되었다.
그 첫 장을 연 것이 바로 이 작은 살아있는 로봇, 제노봇이다.